푸조의 이름을 건 커피 그라인더와 페퍼밀이 여전히 생산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푸조는 1890년대 전후 프랑스에서 독보적인 그라인더 제조사였습니다. 1840년대에 세계 최초의 금속 커피 그라인더를 선보였고, 30여 년 뒤에는 테이블 페퍼밀을 출시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1889년에는 한 해에만 무려 커피 그라인더 45만 개를 판매했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푸조는 강철 제련과 연마 등 정밀 금속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커피 그라인더로 명성을 얻음과 동시에, 푸조에는 새로운 유전자가 발현되었습니다. 푸조사의 후손 아르망 푀조가 사촌인 외젠 푀조와 함께 자동차를 개발한 것이죠. 1889년 푸조는 증기엔진을 장착한 3륜차를 파리 세계 박람회에서 처음 선보인 후, 이듬해에는 독일 다임러사의 가솔린엔진을 단 4륜차를 공개했습니다. 푸조의 첫 가솔린 자동차는 시속 14km/h로 무려 2,200km 거리를 사고 없이 왕복하며 큰 화제를 모았고, 세계 최초의 자동차 경주 대회인 파리-루앙 레이스에서 우승까지 했어요. 이를 발판 삼아 아르망 푀조는 본격적인 자동차 제조 사업에 뛰어듭니다. 초기에는 독일 다임러사의 엔진을 공급받았지만, 10여 년 만에 자체 엔진을 제작하며 독자적인 브랜드로 거듭났답니다.
토요타는 1920년대 섬유를 짜는 방직기 제조사로 처음 설립되었습니다. 당시 기술로는 방직기의 실을 교체하거나 추가하는 데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지만, 토요타는 그 과정까지 기계화한 자동 직기를 개발했습니다. 창립자 ‘토요다 사키치’의 장남 ‘토요다 키이치로’는 아버지의 기술을 물려받아 더 큰 꿈을 꾸었습니다. 자전거에 동력기를 달아 자동으로 달리게 하는 것을 넘어 직접 자동차 제조에도 뛰어들었죠. 초기에는 철강을 다루는 기술이 부족해 나무와 철판을 얼기설기 붙여 자동차를 만들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며 장인정신을 발휘한 결과, 물을 가득 채운 와인잔을 올리고 시동을 걸어도 넘치지 않을 만큼 정숙한 자동차를 생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탈리아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 한 트랙터 제조사가 문을 열었습니다. 탱크와 트럭 등 전쟁 잔해를 재조립해 트랙터를 만드는 곳이었죠. 쓸모 없는 부품을 짜맞춰 만든 만큼 가격은 저렴했지만, 방산용 엔진과 철판을 장착해 힘이 좋고 튼튼했습니다. ‘절대 고장 나지 않는 트랙터’를 목표로 운영한 이 회사는 설립 후 5여 년 만에 주당 200대 이상을 생산하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트랙터 판매로 쌓은 자본력과 자신감은 세계적인 스포츠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의 모태가 되었지요.
여담으로, 람보르기니 설립 초기 페라리와 경쟁한 일화도 유명합니다. 람보르기니 설립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무조건 페라리보다 빠른 자동차”를 사칙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페라리는 당시에도 경쟁사가 없을 만큼 ‘잘나가는’ 스포츠카 브랜드였는데, 신생 기업 람보르기니가 페라리를 넘어서겠다고 하니 무모하다며 비웃음을 사기도 했죠. 하지만 람보르기니는 단 1년 만에 첫 모델 350GT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입증했고, 2년 뒤에는 최대 출력 350마력, 최고 속도 295km/h의 경이로운 성능을 발휘한 ‘미우라’를 공개하며 페라리를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우라는 자동차 역사상 최초로 ‘슈퍼카’ 칭호를 부여받으며 람보르기니를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단숨에 끌어올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