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거래 감소 속 가격 약세’라는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수요자가 관망세를 보여서죠. 과거의 유사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본격화했을 때 주택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단 수요자의 심리를 반영하는 거래량이 뚝 끊겼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정치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16년 10월만 해도 1만 2,145건에 달했는데요. 국회가 두 달 뒤인 12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하자 거래량은 4,225건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2017년 1월에는 3,731건으로 줄었고요. 그러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내린 3월에는 8,594건으로 늘어났고, 그해 5월에는 1만4,825건으로 V 자를 그리듯 급증했습니다.
거래량이 줄자 가격 역시 내림세를 보였지만 낙폭은 심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04년 3월부터 헌재가 기각을 선고한 5월까지 아파트 가격의 경우 서울은 0.85%, 전국은 0.54% 각각 올랐습니다. 정치적 변수가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미쳤지만, 장기간 이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과거의 경험치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부동산시장은 여러 변수에 의해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유기체 같은 것으로, 과거 사례가 그대로 반복된다고 할 수 없으니 그냥 참고 정도만 하면 됩니다.
2025년 주택시장은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간 시소게임 양상을 보일 거예요.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현재 연 3%인 기준금리를 2025년에 두세 번 인하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면 기준금리는 연 2.25~2.5%로 낮아져요. 금리 인하는 금융 비용 감소로 투자수익률이 올라 부동산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지난 4분기 이후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도 내려가는 요즘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단비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2025년 7월에는 대출 규제 복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될 예정인데요. 금리 인하는 부동산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라면 대출 규제는 돈줄을 막는 것입니다. 수영장 물에 비유하면 한쪽에서는 더운물을, 다른 한쪽에서는 찬물을 주입하는 격으로, 두 핵심 금융 변수에 따라 주택 거래량이나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는 최근 저점이던 2023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18.9% 올랐습니다. 고점(2021년 10월) 대비 90% 가까이 회복한 셈이죠. 단기간 가격 급상승에 따른 피로감에 2025년에 상승 랠리를 보이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1%대로 떨어진 경제성장률과 정치적 불확실성도 수요자의 심리를 짓누를 가능성이 높고요. 다만 금리 인하 국면인 데다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로 크게 하락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6만4,425가구로, 올해보다 27%(9만9,426가구) 줄어듭니다. 이는 2013년 입주 물량 이후 가장 적은 양입니다. 요즘은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한데요. 신축, 즉 입주 물량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커졌습니다. 공급 부족 불안 심리는 침체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회복기나 상승기에 두드러질 수 있죠. 이런 점을 고려할 때 2025년 아파트값은 큰 폭의 상승도, 하락도 없는 지루한 박스권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만 전세시장은 다소 불안할 수 있습니다. 전세는 투기적 수요가 없고 당장 실수요를 반영하므로 입주 물량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죠. 전세시장에선 공급 감소에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를 수 있어요. 더욱이 전세 대출은 변동금리가 주를 이뤄 금리 인하 시 고가주택 전세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전세가격이 불안하면 매매시장도 덩달아 불안정하고 갭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요.
제도권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우면 일종의 ‘세입자 금융’인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매수 심리가 살아 있다는 전제에서죠. 다만 서울 지역 아파트 기준으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60%를 넘어섰을 때입니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54%, 즉 60%를 넘어서면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으므로 이 수치 역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올해 내 집을 꼭 장만해야겠다면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의사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매입가를 최대한 낮추라는 주문입니다. 구체적으론 급매물과 시세보다 싼 신규 분양 받기라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길 권합니다. 기존 매매시장의 경우 서울은 고점 대비 10~15%, 수도권과 지방은 20% 이상 싼 매물을 중심으로 선별 매수하는 게 좋습니다. 신규 분양은 항상 관심을 두되 너무 비싼 분양가는 피해야 합니다. 지방에 미분양이 넘치는 이유는 분양가가 높아 소비자가 외면하기 때문이죠.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인정하더라도 주변 시세보다 10% 이상 비싼 곳은 신중히 선택하세요.
올해 아파트는 그나마 거래되겠지만,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은 활성화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실제로 2024년 1~8월 지방 5대 광역시(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주택 매매시장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86.2%에 달했습니다. 아파트 매매 비중은 지난 2020년 75.7%에 불과했으나 점차 늘어 2023년 84.7%로 늘었죠. 아파트만 압축 거래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셈인데요. 이는 부동산시장의 핵심 수요층인 MZ세대 사이에서 아파트 편식 현상이 강한 것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런 아파트 거래 쏠림 현상은 2025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